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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대 간호사의 고질병, 역류성 식도염 극복 가이드

by yaa87850 2026. 4. 9.

내과병동에서 분주하게 일하는 간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도 병동의 불빛 아래에서 환자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내과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입니다.

내과 병동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저의모습에 환자분들께서 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말 중 하나가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밥은 먹고 일하시는거죠?" 라는 말입니다.  밥도 못 먹고 환자들 돌보는 모습에 자주 물어보시는 말인데요. 반대로 제가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식사하시고 바로 눕지 마세요"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하는 제 속은 어떨까요? 매년 받는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어김없이 8년 차 간호사인 저조차 피해 갈 수 없던 '역류성 식도염(추적 관찰 요망)'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느라 내 위장은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오늘은 3교대 근무자의 숙명과도 같은 역류성 식도염에 대해 현직 간호사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담아보려 합니다.

1. 3교대 근무와 역류성 식도염: '호르몬의 배신'

우리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해가 뜨면 위산 분비가 활발해지고, 밤에는 소화 기관도 휴식을 취해야 하죠. 하지만 3교대 간호사의 시계는 제멋대로 흐릅니다.

  • Day duty: 새벽 출근의 압박으로 안먹으면 하루가 힘들다며 빈속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위벽을 자극합니다.
  • Evening duty: 퇴근 후 밤 11시, 오후근무후의 야식, 보상심리로 먹는 야식은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 Night duty: 야간 근무할때 잠을 떨치기 위해 새벽에 라면이나 간식등으로 허기를 비우면서 위는 더 불편해집니다. 

불규칙한 식사 패턴은 위산 분비 조절 기능을 망가뜨리고, 결국 위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 가슴 쓰림부터 마른 기침까지, 몸이 보내는 적신호

제가 직접 겪어본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히 '속 쓰림'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 가슴 쓰림(Heartburn):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 목의 이물감: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뱉어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매핵기)이 지속됩니다.
  • 마른기침: 감기도 아닌데 자꾸만 기침이 나고 목소리가 쉽게 변합니다.

만약 검진에서 이 소견을 받으셨다면, 우리 몸이 보내는 "제발 좀 쉬게 해 줘!"라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3. 현직 간호사의 '위장 보호' 생존 루틴 4가지

현실적으로 3교대를 당장 그만둘 수 없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실천하며 효과를 본 방법들입니다.

  • 왼쪽으로 누워 자기 (The Left Side Rule): 위의 입구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줍니다. 이브닝 퇴근 후 허기를 참지 못해 야식을 먹었다면, 반드시 왼쪽을 향해 누워보세요.
  • 무설탕 껌의 활용: 침은 위산을 중화하는 천연 중화제입니다. 근무 중 입안이 텁텁하거나 속이 쓰릴 때 무설탕 껌을 씹으면 침 분비가 원활해져 식도를 씻어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분이 많은 껌은 위산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 한 잔: 데이 근무 때 빈속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정 힘들다면 연하게 마시거나, 미지근한 물로 위벽을 먼저 보호해 주세요.
  • 제산제는 '나의 수호천사':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바쁜 근무 중에는 스틱형 제산제를 주머니에 챙겨두세요. 사실 환자들처럼 저도 내과에 방문해 저의 상태를 듣고 증상이 심할 때 필요시 먹을 수 있도록 처방받아 놓았습니다.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적이랍니다. 

자는 위치에 따라 증상이발생될수 있는 그림

4. 마치며: 나를 돌보는 것이 진짜 간호의 시작입니다

매년 검진 결과지를 보며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셨나요? 하지만 식도염을 방치하면 식도 궤양이나 바렛 식도 같은 더 큰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Vital Sign(활력징후)을 체크하는 정성만큼, 이제는 내 몸이 보내는 속 쓰림이라는 신호에 응답해 주세요. 따뜻한 물 한 잔, 조금 더 천천히 씹는 식사 한 끼가 우리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간호사로 살아가게 할 힘이 됩니다.

 

오늘도 고생한 당신의 위장에게, 오늘은 조금 더 다정한 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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