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도 병동의 불빛 아래에서 환자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내과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입니다.
내과 병동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저의모습에 환자분들께서 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말 중 하나가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밥은 먹고 일하시는거죠?" 라는 말입니다. 밥도 못 먹고 환자들 돌보는 모습에 자주 물어보시는 말인데요. 반대로 제가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식사하시고 바로 눕지 마세요"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하는 제 속은 어떨까요? 매년 받는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어김없이 8년 차 간호사인 저조차 피해 갈 수 없던 '역류성 식도염(추적 관찰 요망)'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느라 내 위장은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오늘은 3교대 근무자의 숙명과도 같은 역류성 식도염에 대해 현직 간호사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담아보려 합니다.
1. 3교대 근무와 역류성 식도염: '호르몬의 배신'
우리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해가 뜨면 위산 분비가 활발해지고, 밤에는 소화 기관도 휴식을 취해야 하죠. 하지만 3교대 간호사의 시계는 제멋대로 흐릅니다.
- Day duty: 새벽 출근의 압박으로 안먹으면 하루가 힘들다며 빈속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위벽을 자극합니다.
- Evening duty: 퇴근 후 밤 11시, 오후근무후의 야식, 보상심리로 먹는 야식은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 Night duty: 야간 근무할때 잠을 떨치기 위해 새벽에 라면이나 간식등으로 허기를 비우면서 위는 더 불편해집니다.
불규칙한 식사 패턴은 위산 분비 조절 기능을 망가뜨리고, 결국 위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 가슴 쓰림부터 마른 기침까지, 몸이 보내는 적신호
제가 직접 겪어본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히 '속 쓰림'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 가슴 쓰림(Heartburn):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 목의 이물감: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뱉어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매핵기)이 지속됩니다.
- 마른기침: 감기도 아닌데 자꾸만 기침이 나고 목소리가 쉽게 변합니다.
만약 검진에서 이 소견을 받으셨다면, 우리 몸이 보내는 "제발 좀 쉬게 해 줘!"라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3. 현직 간호사의 '위장 보호' 생존 루틴 4가지
현실적으로 3교대를 당장 그만둘 수 없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실천하며 효과를 본 방법들입니다.
- 왼쪽으로 누워 자기 (The Left Side Rule): 위의 입구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줍니다. 이브닝 퇴근 후 허기를 참지 못해 야식을 먹었다면, 반드시 왼쪽을 향해 누워보세요.
- 무설탕 껌의 활용: 침은 위산을 중화하는 천연 중화제입니다. 근무 중 입안이 텁텁하거나 속이 쓰릴 때 무설탕 껌을 씹으면 침 분비가 원활해져 식도를 씻어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분이 많은 껌은 위산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 한 잔: 데이 근무 때 빈속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정 힘들다면 연하게 마시거나, 미지근한 물로 위벽을 먼저 보호해 주세요.
- 제산제는 '나의 수호천사':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바쁜 근무 중에는 스틱형 제산제를 주머니에 챙겨두세요. 사실 환자들처럼 저도 내과에 방문해 저의 상태를 듣고 증상이 심할 때 필요시 먹을 수 있도록 처방받아 놓았습니다.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적이랍니다.

4. 마치며: 나를 돌보는 것이 진짜 간호의 시작입니다
매년 검진 결과지를 보며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셨나요? 하지만 식도염을 방치하면 식도 궤양이나 바렛 식도 같은 더 큰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Vital Sign(활력징후)을 체크하는 정성만큼, 이제는 내 몸이 보내는 속 쓰림이라는 신호에 응답해 주세요. 따뜻한 물 한 잔, 조금 더 천천히 씹는 식사 한 끼가 우리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간호사로 살아가게 할 힘이 됩니다.
오늘도 고생한 당신의 위장에게, 오늘은 조금 더 다정한 밤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