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다리에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저도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러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치마를 아예 안 입기 시작하더니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하지정맥류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직업과 생활 습관에 따라 그 속도가 전혀 다릅니다. 하지정맥류의 증상 및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정맥류 원인과 정맥판막(venous Valve)의 역할

하지정맥류가 왜 생기는지 정확히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언니가 진단받기 전까지는 그냥 "혈관이 약한 사람한테 생기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핵심은 정맥 판막(venous valve)에 있습니다. 정맥 판막이란 혈액이 심장 쪽으로만 올라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일종의 체크밸브 같은 구조입니다. 동맥은 심장이 직접 펌프질 해서 혈액을 내려보내지만, 정맥은 중력을 거슬러 발끝에서 심장까지 피를 올려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 판막이 없으면 혈액이 그대로 역류해 버립니다.
문제는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맥 내 혈액이 고이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압력이 높아지면 정맥 직경이 굵어지고, 그러면 판막 두 장이 서로 멀어지면서 제대로 닫히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역류(reflux)가 시작되면 다시 압력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늘어나면서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역류란 혈액이 원래 흘러야 할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도 의료용 탄력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데 , 스타킹을 깜빡하고 안 신은 날이면 어김없이 밤에 다리가 퉁퉁 붓고 욱신거리면서 그게 바로 이 정맥 내 압력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증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유발 인자도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족력이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지정맥류 환자의 약 80%가 가족 중 적어도 한 명 이상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가족력 다음으로는 임신이 꼽히고, 그 외에도 비만,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임신 3개월째, 즉 자궁이 아직 크게 커지기 전부터 하지정맥류가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궁이 혈관을 눌러서가 아니라, 임신 초기의 호르몬(프로게스테론) 변화 자체가 정맥 벽의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판막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정맥류 주요 증상과 정맥 부전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어떤 증상이 생길까요? 흔히 혈관이 튀어나온 것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개인차도 큽니다.
정맥 부전(venous insufficiency)이 동반되면 증상이 더 복잡해집니다. 정맥 부전이란 정맥이 혈액을 심장으로 제대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지거나, 수면 중 쥐가 자주 나거나, 피부 표면이 따갑고 가렵거나, 저녁이 되면 발목이 눈에 띄게 붓는 증상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혈관이 밖으로 많이 튀어나왔다고 증상도 심한 게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친구들 중에도 혈관은 크게 안 보이는데 저녁만 되면 다리가 천근 같다는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혈관은 상당히 튀어나왔지만 별 불편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돌출 정도와 증상의 강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부종도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하지 부종의 원인은 하지정맥류 외에도 갑상선 기능 저하, 신부전, 일부 고혈압 약물, 복부·골반 수술 후 림프계 손상 등 다양하기 때문에 부종이 있다고 무조건 정맥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도 잘 때 다리 밑에 베개 두 개를 받쳐서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자는데, 이렇게 하면 아침에 확실히 붓기가 빠지고 훨씬 가볍더라고요. 자료에서도 취침 시 하지를 15cm 정도 높여주도록 권장하고 있어서,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 맞았구나 싶었습니다.
하지정맥류 치료 방법
- 보존적 치료: 20~30mmHg 압력의 의료용 압박 스타킹 착용, 걷기 운동을 통한 종아리 근육 펌프 기능 강화, 취침 시 다리 거상
- 주사 경화 치료: 경화제(sclerosant)를 정맥 내에 직접 주사해 혈관 내막을 파괴하고 반흔을 형성시켜 정맥을 폐쇄하는 방법. 입원 없이 외래에서 시행 가능하지만 치료 후 2~3주간 압박 스타킹 착용이 필수
- 혈관 내 폐쇄술: 레이저 또는 고주파를 이용해 혈관 내부에서 정맥을 막는 방법. 피부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어 미용적으로 유리
- 수술적 발거술: 서혜부 복재-대퇴정맥 연결 부위의 역류가 있을 때 대복재정맥을 직접 결찰·제거하는 방법으로 재발률이 낮지만 부위 마취와 입원이 필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혈관이 약간 튀어나온 상태라면 10년 정도 지나야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는 얘기를 두고,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언니처럼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종이라면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거든요. 10년이라는 수치를 보고 "나는 아직 괜찮겠지"라며 방치하는 건 위험합니다. 특히 피부에 색소 침착이나 반복적인 습진, 궤양이 생겼다면 그건 즉각 치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치료 없이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점점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70~79세에서 하지정맥류 유병률이 72%에 달하며, 남성도 같은 연령대에서 43%로 보고되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나이가 들수록 자연히 진행되는 질환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지금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정맥류를 완전히 예방하기란 어렵지만, 진행을 늦추는 건 분명히 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현실적인 루틴은 세 가지입니다.

출근 전 압박 스타킹을 먼저 신는 것,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짧게라도 걷는 것, 그리고 자기 전 다리를 베개 위에 올리고 자는 것.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훨씬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리가 무겁고 저녁마다 붓는다면, 한번 의심해 보고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혈관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하지정맥류]-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