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달 시어머니께서 급성췌장염으로 2주간 금식하시면서, 저도 췌장이라는 장기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라고 하면 혈당 수치만 신경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췌장이라는 작은 장기가 우리 몸의 혈당 조절과 소화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소변에 당이 나오는 병이 아니라, 혈관 전체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만성 질환의 뿌리가 바로 췌장 기능 저하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췌장과 혈당 관리의 진짜 관계
많은 분들이 당뇨병을 단순히 혈당 수치의 문제로만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췌장은 명치 높이 등 쪽에 붙어 있는 약 15cm 크기의 장기로,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두 가지 핵심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혈액 속 포도당을 각 세포 안으로 운반해 주는 일종의 택배 기사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췌장은 바로 이 택배 기사들을 24시간 생산하는 인력 수급 공장인 셈이죠. 그런데 우리가 단 음료나 빵, 떡, 면 같은 고탄수화물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가 발생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때 췌장은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힘을 다해 인슐린을 짜내게 됩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이러한 췌장 과로 현상은 국민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시어머니의 경우도 치매약을 과다 복용하시면서 췌장에 급성 염증이 발생했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췌장 수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췌장이 약해서 당뇨가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 방향도 성립합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이 계속 인슐린을 생산하느라 과로하게 되고, 결국 베타 세포(beta cell)가 소진되면서 췌장 자체가 망가지는 악순환 구조입니다.
췌장을 지치게 만드는 식습관
췌장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음식을 순위로 매기자면, 1등은 단연 알코올입니다. 알코올은 췌장 세포를 직접 파괴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작용하는데, 저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술이 췌장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실감했습니다. 2등은 액상 과당이 들어간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입니다. 이런 음료들은 흡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췌장에 벼락같은 충격을 주게 되죠.
3등은 동물성 포화지방과 튀김류입니다.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관이기도 한데,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려면 리파아제(lipase)라는 지방 분해 효소를 대량으로 생산해야 합니다. 여기서 리파아제란 우리가 섭취한 지방을 잘게 쪼개서 체내 흡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소화 효소입니다. 그런데 튀김이나 삼겹살 같은 고지방 식사를 자주 하면 췌장이 쉴 새 없이 리파아제를 생산하느라 지치게 되고, 결국 지방 췌장(fatty pancreas)이라는 상태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췌장염 진단 이후 시어머니의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이런 음식들을 완전히 배제했더니 회복 속도가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담배도 췌장암의 강력한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는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률이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담배가 폐에만 나쁜 줄 알았는데, 췌장까지 직접 공격한다니 말이죠.
변기에서 확인하는 췌장 건강 신호
췌장암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데, 의외로 매일 들여다보는 변기에서 가장 먼저 이상 신호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 효소 분비가 줄어들면서 대변과 소변의 색깔, 냄새,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신호는 지방변(steatorrhea)입니다. 지방변이란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대변에 섞여 나오는 현상으로, 변이 기름기 있게 번들거리거나 물에 뜨고 휴지로 닦아도 잘 안 닦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췌장에서 리파아제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지방을 분해하지 못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저는 솔직히 대변을 그냥 더럽다고만 생각했지 이런 신호까지 읽을 생각은 못 했습니다.
두 번째는 회색빛이나 흰색에 가까운 변입니다. 췌장암이 진행되면서 담도가 막히면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그 결과 변 색깔이 옅어지거나 하얗게 변합니다. 반대로 소변 색깔은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담즙이 혈액으로 역류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췌장암이 아니더라도 담낭염이나 담석증으로 담도가 막혀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런 변화가 보이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췌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변기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름기 있게 번들거리고 물에 뜨는 지방변
- 회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옅은 변 색깔
- 악취가 심하고 거품이 많은 변
- 짙은 갈색으로 변한 소변
췌장을 살리는 생활 습관 전환
일반적으로 당뇨병 관리라고 하면 혈당 수치만 낮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약으로 당장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췌장 자체를 덜 힘들게 하는 것, 즉 췌장이라는 노동자에게 최적의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진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첫째, 빵·떡·면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현미나 통곡물로 대체하십시오. 정제 탄수화물은 흡수가 빨라서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은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췌장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둘째, 불필요한 간식이나 야식을 피하고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드십시오. 췌장도 휴식 시간이 필요한데, 수시로 음식을 섭취하면 24시간 풀가동 상태가 되어 베타 세포가 소진됩니다. 셋째,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십시오. 근육량이 늘어나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개선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같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해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인슐린이 적게 나와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넷째, 이러한 생활 수칙을 100% 완벽하게 지키려고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일주일에 85~90% 정도만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나만의 지속 가능한 리듬을 찾으십시오. 다섯째, 술은 줄이고 담배는 반드시 끊으십시오. 저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절실히 느꼈는데, 술과 담배는 췌장 입장에서 보면 '췌장암아 자라나라'라고 물을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유 없이 혈당이 급등하거나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췌장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검진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시어머니의 급성췌장염을 겪으면서, 저는 췌장 건강이 단순히 당뇨병 예방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몸 전체의 대사와 소화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변기에서 발견되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평소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췌장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약물 복용 시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수칙, 그것만 지켜도 췌장은 건강한 근무 환경을 가질 수 있고 우리도 오래오래 건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