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11조 원짜리 망원경이 우주에서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요? 수리하러 갈 수도 없고, 그냥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요? 2021년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바로 그런 운명을 안고 우주로 향했습니다. 저는 발사 생중계를 보면서 '이게 실패하면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긴 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25년간의 개발 과정, 여러 차례의 발사 연기,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취소 위기까지. 이 모든 우여곡절을 뚫고 마침내 우주로 날아간 이 망원경은 과연 무엇이 특별할까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25년 개발의 험난한 여정, 그리고 2011년 위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1989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도 전에 이미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허블의 뒤를 이을 차세대 망원경은 단순히 성능만 좋은 게 아니라,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목표는 바로 빅뱅 이후 태어난 최초의 별과 은하를 직접 관측하는 것이었죠. 이 야심 찬 계획은 1997년 제안 단계에서 2007년 발사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난제들이 속출하면서 발사 일정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2004년 본격 개발에 착수했을 때는 2011년 발사가 목표였지만, 2011년에 이르러서는 2018년으로, 다시 2019년, 2020년, 그리고 최종적으로 2021년 말로 연기됐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2011년 여름의 위기였습니다. 당시 미국 의회는 이미 초기 예산의 3배가 넘는 비용이 투입된 상황에서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하려 했습니다(출처: NASA).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설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으로 겨우 살아났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직장을 잃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매몰 비용Sunk Cost'이라는 개념이 작용했는데, 이미 투입된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커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쉽게 말해, 이미 너무 많이 투자해서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2017년 진동 실험에서 조립 문제가 발견됐고, 2018년에는 태양 차단막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정말 발사는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프렌치 기아나의 열대우림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왜 하필 제2 라그랑주점일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현재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제2 라그랑주점 L2 Point 근처를 돌고 있습니다. 여기서 라그랑주점이란 두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원심력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말합니다. 18세기 이탈리아 과학자 조세프-루이 라그랑주가 발견한 이 특수한 지점은 태양-지구 시스템에만 5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L2점일까요? 제임스 웹은 적외선 Infrared 영역을 주로 관측하는 망원경입니다. 적외선 관측은 망원경의 온도를 극도로 낮춰야 가능한데, 섭씨 영하 233도 이하를 유지해야 합니다. 지구 근처에서는 지구 자체가 내는 열 때문에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L2점은 지구에서 충분히 멀면서도 태양의 반대편에 고정되어 있어, 태양과 지구의 열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입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더 멀리 보내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L2점의 또 다른 장점은 지구와의 통신입니다. L2점은 지구와 같은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항상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쌍방향 통신이 안정적으로 가능한 거죠. 또한 이곳은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어 빛의 왜곡도 최소화되고,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 소모도 적습니다(출처: STScI). 다만 L2점은 완전히 안정적인 곳은 아닙니다. 미세한 태양풍이나 목성·토성의 중력 영향으로 조금씩 위치가 틀어지기 때문에, 19일마다 궤도를 분석하고 21일마다 추진 분사를 해서 위치를 보정합니다. 현재 남은 연료로는 약 20년간 운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L2점의 가장 큰 단점은 망원경이 고장 나면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궤도에 있어서 우주왕복선으로 수리가 가능했지만, 제임스 웹은 한 번 고장 나면 끝입니다.
적외선으로 우주 초기를 보는 기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핵심은 바로 적외선 관측 능력입니다. 그런데 왜 적외선일까요? 우주는 빅뱅 이후 계속 팽창하고 있고,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때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가 발생하는데, 이는 파동의 근원이 되는 음원과 관찰자 사이의 상대적 운동에 따라 파동의 진동수가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구급차가 다가올 때는 사이렌 소리가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는 낮게 들리는 원리와 같습니다. 빛에도 이 원리가 적용됩니다. 우주 초기의 별이나 은하에서 출발한 빛은 우주 팽창으로 인해 파장이 늘어나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를 적색 편이 Redshift 현상이라고 하죠. 따라서 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면 우주 초기의 천체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제임스 웹의 주경은 직경 6.5m로, 18개의 육각형 베릴륨 Beryllium 거울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릴륨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강하면서 열 변형이 거의 없는 금속입니다. 표면은 금으로 코팅되어 있는데, 금은 적외선을 98~99% 반사하는 최고의 소재입니다. 집광 면적은 허블 망원경의 7배에 달하지만, 무게는 오히려 40% 가벼운 6.5톤입니다. 망원경 하단에는 테니스장 크기의 태양 차단막이 5겹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차단막은 캡톤 Kapton이라는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극한의 온도 차이를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 필름입니다. 태양을 향한 쪽은 섭씨 85도까지 올라가지만, 망원경이 있는 반대쪽은 영하 233도 이하로 유지됩니다. 무려 318도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셈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망원경이 외계 행성 대기 분석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반적으로 제임스 웹은 우주 초기 관측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가까운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수증기나 이산화탄소를 검출하는 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명 가능성 탐색이라는 측면에서도 제임스 웹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결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단순히 성능 좋은 망원경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의 기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타임머신입니다. 25년의 개발 기간, 11조 원의 비용, 그리고 수많은 위기를 넘어 마침내 우주로 향한 이 망원경은 앞으로 20년간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낼 것입니다. 발사 당시 아나운서가 했던 말처럼, 제임스 웹은 정말로 '시간의 끝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최초의 별은 언제 탄생했는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다른 행성에도 존재할 수 있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임스 웹이 보내올 날이 기다려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5xSmkxXR6Y, https://horizon.kias.re.kr/21934/, https://www.nasa.gov, https://www.stsc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