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신장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사구체여과율이라는 수치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친척 언니가 신우신염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병원에서 신장 수치가 떨어져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고 최악의 경우 투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무지했던 제 자신을 꾸짖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낮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말 투석으로 직행하는 것인지, 회복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궁금증이 폭발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진다고 무조건 투석하는 건 아닙니다
사구체여과율(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은 신장이 1분 동안 걸러내는 혈액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사구체란 신장 안에 있는 미세한 혈관 다발로, 혈액을 여과하여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인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ml 정도이며,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약 120~180리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출처: 대한신장학회).
제가 친척 언니의 검사 결과를 보고 큰일 났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수치가 낮으면 곧바로 투석을 해야 한다고 단정 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투석 직전 단계이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중간 단계에서 충분히 회복 가능하며, 특히 초기 신장 병증인 경우 정상 수치까지 회복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장 기능 손상은 크게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으로 나뉩니다. 급성 신장 손상은 사고나 심한 탈수, 큰 수술 등으로 갑자기 발생하는데, 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상당수가 회복됩니다. 만성 신장 질환은 5단계로 구분되며, 3단계 A까지는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5단계로 진행되면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나이와 근육량에 따라 정상 범위가 다릅니다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CKD-EPI 공식은 나이, 성별, 인종,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를 기반으로 계산합니다. 여기서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물질입니다. 즉, 근육량이 많을수록 크레아티닌 생성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이대별로 평균 사구체여과율이 다릅니다(출처: 대한신장학회).
20대는 평균 116, 30대는 107, 40대는 99, 50대는 93, 60대는 85, 70대는 약 75 정도입니다. 제가 작년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표를 다시 열어보니 사구체여과율이 나와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치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CKD-EPI 공식은 백인과 흑인을 대상으로 연구된 결과이기 때문에,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 인종에서는 정확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구체여과율은 절대적인 수치라기보다는 신장 기능을 추정하는 참고 지표로 봐야 합니다. 의사와 상담하면서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과 당뇨 관리가 신장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신장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입니다. 신장은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혈관 다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혈압은 이 혈관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손상을 일으킵니다. 당뇨 역시 혈당이 높아 혈관 내 찌꺼기가 쌓이면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신장을 손상시킵니다. 저는 주변에서 혈압을 자주 재지 않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 전, 휴식 시간, 잠들기 전 등 하루에 최소 5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목표 혈압은 130/80mmHg 미만이며, 이를 위해서는 저염식이 필수입니다.
혈당 관리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공복 혈당은 100mg/dL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식후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연속 혈당 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를 착용하여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CGM이란 피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24시간 혈당 변화를 추적하는 장치입니다.
만약 이미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절대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약을 먹어서 정상 수치가 유지되는 것이지,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나 ACE 억제제는 신장 보호 효과가 있어 신장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춰줍니다.
단백질 섭취와 체중 관리가 회복의 열쇠입니다
단백질은 신장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영양소입니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요산과 요독 같은 노폐물이 생성되는데, 이를 걸러내는 것이 신장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단백질을 끊으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적정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6~0.8g 정도 입니다. 6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36~48g 정도이며, 이를 세 끼로 나누면 계란 한 개, 두부 한 모, 생선 손바닥 크기 한 토막 정도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는 나눠서 섭취하는 것이 신장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비만 역시 신장에 큰 부담을 줍니다. 비만은 체액 증가로 신장 압력을 높이고, 내장 지방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이 신장을 직접 손상시킵니다. 저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보다는 천천히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 빵이나 국수 대신 야채와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죠.
식후 운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걷기는 할 수 있으니, 식사 후 무조건 10분이라도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5분만 해도 한 달 후에는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싶어질 겁니다. BMI가 27 이상인 과체중인 경우, 비만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신장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금연도 필수입니다. 담배의 니코틴과 각종 화학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동맥 경화를 악화시키며, 미세 혈관을 손상시킵니다. 심지어 담배 연기 속 중금속과 방사선 물질은 신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적됩니다. 단백뇨와 알부민뇨를 증가시키며, 만성 신장 질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2~3배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 끊기 어렵다면 금연 보조제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근에는 SGLT2 억제제(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라는 약물이 신장 보호 효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SGLT2 억제제란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배출하게 하는 당뇨 치료제로,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이나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같은 약이 대표적입니다. 이 약들은 신장 기능 악화 속도를 30~40% 늦추는 효과가 있으며, 당뇨가 없는 사람도 비급여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가 아는 분은 포시가가 포함된 약을 비급여로 복용하고 있습니다. 당뇨는 없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조금 있고,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보약처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본인의 상황에 맞는지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막연하게 무서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낮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닙니다. 초기나 중기라면 충분히 회복 가능성이 있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투석을 피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의사와 상담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알 수 있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pVbWVPFBos, https://www.ksn.or.kr/general/about/check.php